추천사 모음 References and Reviews

 

“컨셉추얼 니닉 그리고 김아영. 그녀의 세계는 어딘가 존재할지 모를 미지의 문명과도 같다. ‘니닉’이라는 그녀만의 컨셉은 공상을 구체화하고, 판타지적 숨을 불어 넣은 흙과 캐릭터는 현실 속에서 호흡한다. 직접과 간접, 모호한 판타지 르네상스는 상상의 끝이 어디일지 모를 세상으로 이끈다.” – 큐레이터 김승환

우리의 우주를 형성하는 세계들. 세계라는 것은 하나의 세포부터, 감정, 풍습, 역사이며, 세계는 그 안의 구성원들이 아끼고, 익히고, 전하는 가장 복잡한 단위의 원리다. 이 원리들은 물질계 뿐 아니라 그 안의 구성원들의 정신 또한 지탱하게 된다.
서로 다른 원리-세계-에 속한 구성원들은 다른 세계와 얽힐 때 동질감 혹은 낯가림으로 반응한다. 현실 속 수많은 사람들이 자의나 타의에 의해 의식적이고도 우연적으로 인생의 방향-콘셉트-를 설계하고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때로는 상상을 통해 기억 저편의 곳에 다다르고자 하는 꿈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상상의 세계에 살고 있는 미지의 캐릭터들도 현실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은 안타깝도록 간절하다는 것.
‘니닉 Ninnik’ 세계에서 온 여섯 쌍둥이인 오르골, 슈레스, 님벨, 이라, 뮤, 모르쇠는 자신들의 세계-원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 사절단이다. 이들은 낯선 원리 속에서도 각각 잠재적 염원, 애정, 열정, 인내, 의지, 신념이라는 교집합을 찾아냈고, 그러한 가치가 담긴 긴 서사시를 자아내기 시작했다.

“위대한 이야기들은 일족의 선조로부터 대물림되어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 그런데 어떤 신화들은 오늘날의 김아영과 같은 스토리텔러들의 체험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니닉 세계’는 다중적이고 복잡한 의미와 비주얼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서적 간결함과 순수함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비록 지금은 그 표현에 있어 미완성일지라도 니닉의 세계관은 반지의 제왕이나 인도의 라마야나 서사시와 같이 광대한 상상력의 가능성이 있다. 전설과 신화는 단순히 어린아이들을 위한 허구만은 아니다. 이들은 인간사를 이해하고자하는 깊은 욕구에 대한 강한 표현방식인 것이다.” – Dr. Dean Bruton

니닉은 ‘우연히’ 생겨났다. 이 불특정 언어가 세계관으로 성장해온지도 벌써 십 여년, 니닉은 이미 꽤나 방대한 세상이 되었다. 니닉의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나는 곧잘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를 얘기한다. 작가들의 만들어낸 새로운 판타지 세상이 얼마나 큰 긍정적 가능성을 발휘하는지 보여주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다.
나는 그들과 조금 다르게, 시각예술을 병행하여 나만의 새로운 세계를 구현해내고 있다. 그간 도예와 회화, 디지털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 학업은 완성된 총체예술작품의 실현, 다시 말해 니닉을 실제화해서 전달하기 위한 모든 창조행위에의 원동력이 되었다.

“1996년에 개봉된 영화 <제리 맥과이어Jerry Mcguier>에서 쿠바 구딩 주니어가 ‘콴’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한다. 콴”은 그가 만들어낸 단어로써, 영화의 처음에는 이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러다 마지막에 로드 티드엘(쿠바 구딩 주니어 분)가 그의 에이전시 제리 맥과이어(탐 크루즈에 분)에게 “너는 나의 ‘콴’이야”라고 말할 때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콴’은 우리가 1시간 반 정도의 영화를 경험하고 나서 이해할 수 있는 나와 감독 간의 언어이다. 성장의 나무가 더 자라고 여섯 쌍둥이들이 충분히 성숙하여 그들의 후손을 불려나가기 시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젊고 패기에 가득 찬 작가 김아영의 ‘니닉’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독립 큐레이터 임성연

하나의 단어로부터 출발한 세계의 창조가 내게는 일생에 걸친 꿈이 되었다. ‘니닉’의 창조자이자 이 특별한 세상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스토리텔러가 되기로 결심한 나 또한 ‘콴’과 같은 클라이맥스를 꿈꾼다.

 

 

나비가 꾸는 사람의 꿈.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보다 존재하지만 찾지 않는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우주는 무한하다.
무서운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가늠할 수 없는 크기의 척도다.
그리고 그 끝없음은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우주 자체가 살아 숨쉬는 판타지이기 때문에 하나의 존재는 없는 것일 수도, 동시에 전부일 수도 있다.
이것은 무한한 크기와 양이 아닌 무한한 가능성과 가치에 관한 이야기다.
알 길 없지만, 있을 리 만무하다 말할 수만도 없는 꿈의 세계가 미지의 어디에서는 매일같이 이어지는 삶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제한과 한계가 없는 생각은 실과 허의 각 궤도에 접선을 긋고 접점들을 잇는다.

현실은 창조의 꿈으로부터 온다.
인간의 판타지를 향한 갈망이 없었다면, 지난 공상과 허무맹랑한 생각들이 실현된 지구상의 모습도 사라질지 모른다.

기지(旣知)는 미지(未知)를 발판으로 쌓이고, 꿈은 언제나 미래를 향한다.
여섯 번째 시간 _ 꿈을 찾는 아영.

아영은 니닉을 찾았다.
니닉의 세계는 그가 찾은, 창조한, 방대한 서사우주다.
그는 지난 십 년을 넘게 니닉의 세계를 꾸미며 사람들에게 니닉 세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니닉이 굳이 판타지로 설명되는 것과는 거꾸로, 이제 그에게 니닉은 현실의 삶이 되었고 현실은 판타지인 셈이 되었다.
니닉 세계의 역사는 지구 문명의 역사를 닮았다.
번영과 멸망 속에 담긴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무엇 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고, 긴 세월이 빚어낸 오히려 판타지보다 더 극적인 사실과 가설들은 그에게 좋은 상(像)이 됐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피라미드의 석벽에 그들 삶과 의식과 종교적 소재를 글과 그림으로 새겼듯, 그도 니닉의 세계관과 신념 또는 니닉에 관한 무의식적이고 알 수 없는 것들을 그와 같이 남긴다.
아영의 표현 매체는 다양하다. 어떤 매체인가보다는 니닉의 내용을 보다 잘 담을 수 있는 매체인가가 앞선 문제다. 판타지의 부피감 있는 증거물을 흙으로 만들기도 하고, 판타지의 기원과 역사를 종이 팔레트에 기록하기도 한다.
그렇게 나타난 그의 그림들은 마치 미지의 우주 종족의 신전에 걸려 있는 신 도상학적 탱화나 이콘화처럼 보인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사건과 신비한 생물들에 조우하는 듯한 몽환적이고 묘한 느낌은 판타지와 현실의 차이를 서서히 녹인다.

니닉은 새로운 곳의 역사다.
어쩌면 그는 신세계를 찾아낸 놀라움과 호기심으로 그곳의 모습은 이렇다 하고 전하려는 것이 아닐까?
이곳의 현실은 그저 꿈일 뿐이라며 그가 다녀온 니닉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않겠느냐고, 아영은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김 승 환
큐레이터

한 개, 한 개, 흙으로 작은 벽돌을 쌓아 만든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수공의 탑들을 바라보니, 오천년 역사 속에 고고히 간직된 순수하고 과거 삶의 이야기로 가득 찬 옛 토기들이 떠오른다. 섭씨 1200도의 고열을 견디고 대견히 성장한 김아영의 도예 작품들은 재료의 물리적 성질과 소성에서 오는 변수들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형태와 표현에 도전하며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물이다. 유약을 바르지 않은 작품에서 그대로 전해지는 흙의 질감과 느낌과 그 내음은 풍부한 원초적 정서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 도예를, 호주에서 멀티미디어를 공부하고 돌아와 준비한 첫 개인전, ‘이야기는 나무에서 자란다’의 컨셉츄얼 속성이 컴퓨터를 통해 미래적인 아웃풋을 겨냥하고 있다면, 흙은 그 미래가 뿌리를 내리기 위한 토양, 작가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의 원천이 되어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하여 이 흥미로운 창조주는 두 매체를 통해서 니닉이라는 동화 같은 나라를 건설 중이다.
디지털드로잉으로 만나 볼 수 있는 주인공들은 금방이라도 자기가 살던 이야기 속으로 되돌아갈 것만 같은 소녀들이다. 간소화된 표정과 몸짓으로 현실과 소통하는 여섯 소녀들이 가진 요리나 직조, 공예 등의 일상적 특기가 친근하다. 캐릭터가 모두 여성인 데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에 작가가 해답하기를 ‘아마도 여자인 자신 속에 내재된 다양한 모습이 각각 강조되어 무의식적으로 그림을 통해 표출된 것 같다’고. 확실히 ‘창조자’라는 직업군이 있다면 그것은 남성보다는 모성애를 가진 여성에게 더욱 적합할지 모른다. 독창적이고 유일한 작품세계 속에서 이야기를 한 올 한 올 짜며, 작가는 도예가-창작가로서의 자신의 정열적인 모성을 총체적으로 탐구했고, 그것은 기꺼이 이 전시를 시발점으로 삼은 이유가 되었다.
이제 아이들과 어른… 우리 모두 현실을 잠시 잊고 니닉의 이야기 속으로 여행을 떠나본다면 어떨까? 신비로운 탑, 꿈을 꾸는 나무, 어둠을 밝힐 빛의 나라들의 판타지적 캐릭터들은 모두에게 포지티브의 기운과 삶의 에너지를 전해 줄 것이다.
앞으로 더욱 진화될 이야기 속의 이야기, 작가 김아영의 ‘니닉 세계’를 기대하며 축하와 격려를 전하는 바이다.

유 혜 자
이화여자대학교 도자전공 교수

One of the most persistent themes in myth and legend from the world’s many cultures is the story of the journey – the quest. Mythical journeys often aim to portray a connection between the sacred, mythic journeys as found in legend and story and the real journey of the individual soul towards enlightenment. Great stories are passed down from the elders of each generation to the next. But some legends may begin from the experience of today’s storytellers such as KIM AH YOUNG.The world of NINNIK may well be such an example rich in layers of meaning and visual complexity, but charming in its simplicity and folk innocence. Although incomplete in its telling the scope of the NINNIK world is as vast in imagination as Lord of the Rings or the Ramayana myths. As Moyra Caldecott observes: “This perennial quest for reassurance in the face of human mortality is spread as wide as our existence on the planet and throughout history. Indeed Carl Jung and Joseph Campbell have shown us that myth and legend are not just fantasy tales for children. They are powerful expressions, in code, of a deep yearning towards an understanding of human existence.” Caldecott documents many cultures to illustrate this: from ancient Egypt and Sumer to aboriginal Australia, pre-Columbian America, Vietnam, India, Africa and Europe. For each legend she provides background on its origin and detailed analysis of its meaning and significance. Just as myths evolve and mutate over time, the tales of the NINNIK world are in the making. We look forward to the many stories and artefacts that will be generated by the grammatical NINNIK rule set, and to the extraordinary relationships depicted between the physical and virtual worlds depicted in the exhibition TALE GROWS FROM THE TREE.

(Ref: Caldecott, Moyra(2007) Mythical Journeys Legendary Quests [The Spiritual Search – Traditional Stories from World Mythology], Bath, Mushroom Books.)

Dr Dean Bruton
Senior Lecturer, Schl of Architecture Landscape Architecture & Urban Design
The University of Adelaide, Australia

 

(번역)
지구상의 많은 문화로부터 유래된 신화와 전설이 다루는 가장 영속적인 주제 중 하나는 무언가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이러한 여로는 종종 전설과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신성하고 신비로운 이야기와, 실제 개인의 내면적 깨달음을 향한 탐구과정과의 관계를 조명하고자 한다. 위대한 이야기들은 일족의 선조로부터 대물림되어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 그러나 어떤 신화들은 오늘날의 김아영과 같은 스토리텔러들의 체험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니닉 세계는 다중적이고 복잡한 의미와 비주얼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서적 간결함과 순수함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비록 지금은 그 표현에 있어 미완성일지라도 니닉의 세계관은 반지의 제왕이나 인도의 라마야나 서사시와 같이 광대한 상상력의 가능성이 있다. 전설과 신화는 단순히 어린아이들을 위한 허구만은 아니다. 이들은 인간사를 이해하고자하는 깊은 욕구에대한 강한 표현 방법인 것이다. 고대 이집트와 수메르부터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중남미 원주민, 베트남, 인도, 아프리카와 유럽에까지 그 예가 존재한다. 오랜 시간 신화가 진화하고 변화하듯이 니닉의 이야기 세계도 만들어져간다. 이번 “이야기는 나무에서 자란다”전시회를 통해 니닉만의 문법, 그리고 현실과 가상 간의 특별한 관계를 통해 많은 이야기와 예술품이 탄생하게 되는 것을 진심으로 기대하는 바이다.

딘 브루튼
애들레이드 대학교 부교수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아영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유달리 동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항상 자신의 손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미대 입학을 결심했고, 이대 도예과 재학 중에도 도예뿐만 아니라 회화,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미디어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였다. 대학 졸업 후 호주의 애들레이드 대학교에서 멀티미디어학과 석사 과정을 마친 작가는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특별한 세상의 이야기-어쩌면 신화 같기도 하고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같기도 한-들을 짓기 시작했다.

김아영 작품에서 가장 먼저 발견되는 특이한 점은 ‘니닉Ninnik’ 개념이다. ‘니닉’은 작가가 대학시절(약 8년 전) 과제를 하기위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하던 시기에 우연히 나온 개념이다. 작가는 마치 첫눈에 반한 운명적 만남처럼 ‘니닉’에 특별함을 느끼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였다. 단어의 개념을 한정하지 않고 주위의 사람들 혹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찾아 의견을 묻는 등 다양한 의미들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작업했다. 어쩌면 신기하게 들리기도 하는 ‘니닉’이라는 단어를, 어떤 친구는 사람 이름 같다고, 또 어떤 친구는 마이크같이 확성기의 개념이 느껴진다고도 했다. 마치 다다이즘의 작가 장 아르프.Jean Arp의 색종이를 허공에 자유낙하 시킨 우연성을 그대로 이용하여 캔버스에 고정시키는 작업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처럼, ‘니닉’은 작가에게 강압적으로 한정되지 않고 작가 자신과 관람자(수용자)들의 생각에 따라 변화(진화)할 수 있는 개념인 것이다. ‘니닉’이 ‘니닉’이어야 할 의미를 꼭 붙이고자 한다면, 작가의 말을 빌려 “무한한 긍정적 가능성”이라 할 수 있다.

그녀의 작품에서 두 번째로 주목할 점은 흙과 컴퓨터 미디어의 혼용이다. 얼핏 보면 상충된 두 개의 미디어가 충돌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디지털 기술복제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둘의 혼용이 큰 의미를 가진다. 조각을 하는 작가는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 흙으로 작은 모형을 만든다. 회화 작가는 작은 크로키 북에 드로잉을 하여 캔버스 작업을 준비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식사 전에 컴퓨터부터 먼저 로그온하고 네이버로 기사를 검색하는 세대에게는 컴퓨터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첫 번째 가장 손쉬운 도구이다. 작가는 두 가지의 미디어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둘의 동질성을 느낀다고 한다. “흙과 컴퓨터는 마치 형제 같아요. 흙도 만들면서 무너지기도 하고 갈라지기도 해요. 컴퓨터도 데이터가 모두 날아가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그 둘에게 항상 대화를 하면서 작업합니다. 우리 힘내자! 그래서 잘 완성되면 같이 즐거워해요.”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흙은 손의 촉각성 사용이 강조돼서 몸으로 완성되고 컴퓨터는 극도의 시각성을 사용하여 눈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두 미디어는 동질성과 이질성을 같이 공유하면서 김아영의 작품세계를 더욱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세 번째로 작가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성장’의 개념이다. 마치 「잭과 콩나무」의 덩굴처럼 아주 크게 자라 하늘나라까지 닿을 것 같은 ‘니닉’이라는 식물의 씨앗을 작가는 앞마당에 심었다. 자라난 나무들의 기둥 주변에는 아이를 보호하려는 어머니의 모습처럼, 백마 탄 기사가 구해주기 위해 기다리는 공주가 사는 중세의 성처럼, 한 개 한 개가 따로 제작되어 쌓아올려진 흙벽이 촘촘하다. 여기서 김아영의 작품 개념이 다다이즘의 우연성과는 또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뒤샹(Marcel Duchamp)은 옮기다가 생긴 유리작품의 크랙을 작가의 의도라고 하며 그대로 전시하고 그 크랙이 계속하여 번져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그러나 김아영 작가는 우연히 발견하고 심어진 ‘니닉’의 씨앗이라도 그 성장을 조심스럽게 보호해준다. 너무 어려서 아직 자라기 힘든 나무는 인큐베이터(부화기)에 넣어 따로 성장시킨다. 성장해가는 주체인 김아영 작품의 전체 컨셉트를 작가는 ‘무한한 긍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의 어머니 상을 연상시킨다. 어머니가 자식을 키우는 수동성과 수용성으로, 작가는 컨셉트를 키운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 Jerry Mcguier, 1996」에서 쿠바 구딩 주니어가 ‘콴’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한다. ‘콴’은 그가 만들어낸 단어로써 모두 다 행복해질 수 있는 관계,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등의 어떤 완벽하고 해탈적인 것을 의미한다. 영화의 처음에는 이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러다 마지막에 로드 티드엘(쿠바 구딩 주니어 분)가 그의 에이전시 제리 맥과이어(탐 크루즈에 분)에게 “너는 나의 ‘콴’이야”라고 말할 때 비로소 그 뜻을 알게 된다. ‘콴’은 우리가 1시간 반 정도의 영화를 경험하고 나서 이해할 수 있는 나와 감독 간의 언어이다. ‘니닉’이 무엇인지, 지금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장의 나무가 더 자라고 여섯 쌍둥이들이 충분히 성숙하여 그들의 후손을 불려나가기 시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젊고 패기에 가득 찬 작가 김아영의 ‘니닉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열린 가능성으로부터 성장한 미래의 작품이 기다려지는 작가이다.

임 성 연
독립 큐레이터

니닉, 쿠낙의 눈으로 보다

대학 졸업전시를 앞둔 임박의 때에 손톱 반도 안 되는 크기의 벽돌을 하나하나 차분히 빚어 올려 작은 건물들을 만들어가는 작가를 보며 알 수 없는 그만의 세계를 굳건히 쫓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5년 후, 찰나의 추상적 느낌에서 시작된 그의 세계 ‘니닉’은 니닉스러운 이미지의 탐구와 입체, 평면, 영상에 이르는 복수 매체를 통해 작가의 이상향에 한층 가까운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디어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되었다.

‘니닉’은 하나의 굵은 허구의 뿌리에서 시작된다. 니닉 세계는 신화적 오브제와 인물들에서부터 길모퉁이에 핀 풀 한 포기에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인공들과 교류하는 이웃나라 상인들, 깊은 숲에 피어나는 버섯의 특수한 효과, 덩굴식물을 심어 하늘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보면 개인의 상상에서 비롯된 픽션이 오랜 시간을 통해 무척 생동감 넘치고 사실적으로 구현된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한 여행객이 새로운 세계를 다녀와서 직접 본 것들을 풀어놓은 것처럼. 허구의 니닉이 한 문명의 철학과 사상을 담고 있기에, 만약 지금 우리네가 사는 세상의 전후 세계가 있다면 난 감히 니닉 세계가 작가의 전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손끝의 지문이 남은 벽돌을 정성으로 빚어 올린 탑을 보노라면 숙련된 장인의 비밀스런 축조법에 의해 이룩된 고대문명의 미니어처를 보는듯한 착각이 든다. 여섯 그루의 창조의 나무는 수백 년을 견뎌낸 앙코르 와트의 돌 성원에 어린 과거 사람들의 믿음과 신성의 기운을 지녀서 중앙의 공간을 들여다보면 순식간에 다른 세계로 이어질 것만 같은 신비로움마저 감돈다.
또한 나는 니닉을 통해 자연 속 인간의 조화로운 세계를 본다. 번개를 다스리는 님벨공주처럼 자연의 힘과 소통하는 인물들과 나무를 기둥 삼은 탑에서 보이는 인간과 자연간의 균형은 서로를 한 세계에 평화로이 존재하게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무한히 뻗어서 하늘에 닿으려는 나무의 소원은 시대와 배경은 다를지라도 인간의 하늘에 대한 갈망과 믿음은 한결같음을 보여준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간의 병렬적으로 나열된 방대한 이야기에 수직의 선을 하나 그었다. 어찌나 그렇게 조근조근 이야기가 많은지, 그 뻗어 오른 가지에서 또 어떤 새로운 방이 생기고 이야기들이 자리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고등학생 시절 선생님 눈을 피해 몰래 만화 그리는데 골몰하던 열정의 곱절을 불태우며 수개월간 작업실을 떠날 줄 모르고 애정을 쏟아 부은 나의 벗에게 헹가래를 치고 싶다.

심 가 인
일러스트레이터

예고(豫告: 미리 알림)라는 말은 우리에게 어떠한 이야기가 후에 펼쳐질지 상상하고 기대하게 한다. 압축적으로 정보를 주기도 하고, 그와 함께 본론에 대한 흥분과 관심을 키워가게끔 한다. 이런 의미에서 [예고편 THE TRAILERS]는 컨셉추얼 아티스트 김아영의 작품세계, 상상의개념‘니닉’을알리는따끈따끈한예고편인것이다. 작가는2D와3D작업을 통해 그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캔버스의 이미지와 영상, 클레이 작업에 대해 누군가는 공통적이지 못한 이 만남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낯선 요소들은 신선한 접근임과 동시에, 언젠가 하나로 엮어질 작가 본연의 이야기에 대한 소스인 것이다. 누구나 소설책의 첫 장을 넘기며 어떠한 이야기가 펼쳐질지 그 마지막 페이지를 기대하는 것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봄의 아지랑이 속에서 자라는 생명과 같은 작가의 창조적 서사시가 앞으로 어떠한 재미로 표현될지 기대해본다.

편 형 미
세라믹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