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ryong restoration
mixed clay, tissue paper roll, installation, participational art, 2023
조룡은 작가가 꾸며낸 공상세계, “니닉” 세상에 존재하는 허구의 날짐승으로, 말 그대로 새와 용을 닮았고 그 모양은 천차만별이다. 이 작품은 한 마리 조룡의 뼈대를 형상화한 것으로 아이디어 스케치 과정에서 AI 프로그램 ‘미드저니’와 협업하여 형태를 설계한 뒤 그것을 도예점토로 제작하였다. 이후 조룡의 뼈대는 마치 공룡의 화석처럼 제 본 모습이 복원되는 과정을 거쳤다. 100일간에 걸쳐 관객은 조룡의 몸통, 머리, 다리, 날개 등 세부형태를 상상하여 전체적인 조룡의 원형을 복원하는 데 참여하였다. 복원의 재료로는 두루마리 화장지가 사용되었다. 이야기의 막힘없는 흐름, 재생성, 안전 및 재복원의 유용성 등을 고려해 선택된 재료이다. 전시 종료와 함께 복원된 작품 본체는 해체되었고, “조룡 복원도”는 최종적으로 영상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두루마리 화장지로 복원된 조룡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과 긴 시간을 거쳐 ‘구전된’ 이야기의 결과이다. 이는 곧 “니닉”의 이야기가 대중에게 전해지면서 작가(화자)와 관객(청자) 간에 왜곡이 발생하여 이야기가 변형되고 재구성되는 현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작업에 사용된 여러 단계의 매체와 기법 또한 그러한 과정을 나타낸다. 작업 초기 AI와 소통할 때 사용된 키워드를 역으로 추측하는 것도 이야기의 전달 과정을 되돌아볼 수 있는 주요한 관람 포인트이다. 영상 속 완성된 조룡의 배경에는 사운드 디자이너와 연계한 워크숍을 통해 제작한 ‘조룡의 소리’가 들린다. 먼저 참여자들은 조룡의 뼈대 재료인 ‘흙’을 가지고 마른 흙을 부수어 보고, 초벌된 흙조각을 유리그릇에 떨어뜨려 보기도 하고, 직접 소리도 질러가며 각종 소리를 만들고 채취하였다. 이후 녹음된 소리를 신디사이저로 변형하고 합성해 조룡이 낼법한 울음소리, 날갯짓소리, 뼈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 등이 탄생하였다.